코로나바이러스 Coronavirus 코로나바이러스의 습격

섬뜩한 죽음의 왕관, 코로나바이러스
코로나바이러스는 1937년 호흡기 질환을 앓던 닭에서 처음 발견되었다. 당시 이 바이러스를 발견한 이는 이 바이러스의 외피 주변을 감싸고 많은 돌기들이 돌출되어 있는 모양이 꼭 왕관을 닮았다고 생각한 모양이다. 이 미지의 바이러스에 라틴어로 '왕관'이라는 뜻을 지닌 코로나(corona)를 따러 이름을 붙여준 것을 보면 말이다. 이후 비슷한 모양의 '관(冠)'을 쓴 것 같은 바이러스들이 닭과 칠면조 같은 가금류뿐 아니라 개, 소, 고양이, 쥐, 말 등 네발짐승에게도 차례로 발견되었으며, 사람에게서는 1960년대 감기 환자의 시료를 조사하던 중에 처음 등장했다.


코로나바이러스가 속하는 니도바이러스목에 속하는 바이러스들은 기본적으로 척추동물의 세포를 숙주로 삼는 동물성 바이러스로 양성-극성 외가닥 RNA 바이러스((+)ssRNA)로, 바이러스 분류 과정에서 Ⅳ 그룹에 속하는 바이러스이다. 1971년에 제정된 바이러스 분류 기준인 볼티모어 분류에 따르면, 바이러스는 유전물질의 종류, 핵산 가닥의 개수, 복제 방식에 따라 모두 7개의 군으로 나뉘는데, 코로나바이러스는 그중에 네 번째 타입이 속하는 바이러스다.

일반적으로 모든 생명체는 유전물질로 DNA를 가지지만, 바이러스의 경우에는 유전물질이 DNA일 수도 있고 RNA일 수도 있으며, 이중가닥일 수도 있고 단일가닥일 수도 있다. 코로나바이러스는 유전물질로 RNA 단일가닥을 가지는데, 이때 RNA는 다시 극성에 따라 양성(+)과 음성(-)으로 나뉠 수 있다. 일반적으로 DNA가 RNA에 비해 안정적이기 때문에 변이가 적으며, 따라서 바이러스에 대한 안정적인 백신을 만들기가 상대적으로 더 용이하다. 예를 들자면 수천 년 동안 인류를 괴롭혀 왔던 천연두의 경우, 질병의 원인인 두창바이러스가 이중가닥 DNA 바이러스(그룹 I)에 속하기에 백신의 효력이 오래 지속될 수 있었고, 이로 인해 인류가 백신을 통해 퇴치한 최초의 바이러스가 되었다.

하지만 유전물질로 RNA를 가지는 경우는 이보다 조금 더 복잡하다. RNA 바이러스에 대해서도 백신을 제조하는 것은 가능하지만, RNA는 DNA에 비해 안정성이 떨어지고 변이가 심하게 일어나 백신의 효력이 오래 지속되지 못한다. 예를 들어 계절성 독감의 원인이 되는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는 RNA 유전물질로 가지는 바이러스(그룹 V)여서 변이가 자주 일어나 매해 유행하는 바이러스의 유전자 구조가 조금씩 달라진다. 그래서 평생 1회만 접종하면 되는 천연두 백신과는 달리 독감 백신은 매해 다시 맞아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다.

디옥시리보오스(DNA)1
리보오스(RNA)2
1디옥시리보오스(DNA)
2리보오스(RNA)
DNA가 RNA보다 안정적이고 변이가 적은 이유는 이들의 화학적 구조에 있다. DNA와 RNA는 모두 핵산의 일종으로 당과 염기, 인산으로 이루어져 있다. 이때 중심 구조인 당이 리보오스이면 RNA, 디옥시리보오스라면 DNA가 된다. 오각형의 당 구조를 이루는 5개의 탄소 중 2번 탄소에 결합한 분자가 수산화기(-OH)이면 리보오스이며, 2번 탄소에 수소(-H)가 결합하면 디옥시리보오스가 된다. 디옥시deoxy라는 단어 자체가 '산소(oxygen)가 빠진(de-)'이라는 뜻으로, 디옥시리보오스란 리보오스의 2번 탄소에 결합한 수산화기(-OH)에서 산소가 제거되고 수소만 남았다는 의미를 지닌다.

사실 이 차이는 우리가 생각하기에는 그다지 큰 차이가 아니지만, 화학적으로는 큰 의미를 가진다. 일반적으로 생명체들은 DNA 분자나 RNA 분자들을 여러 개 이어붙인 구조로 유전정보를 저장하는데, 이때 각각의 분자들은 3번 탄소의 수산화기(-OH)를 접점으로 하여 길게 이어진다. DNA의 경우 결합에 참여할 수 있는 수산화기가 3번 탄소에 1개밖에 없기 때문에 안정적인 결합이 이어질 수 있지만, RNA의 경우 수산화기가 3번뿐 아니라 2번에도 존재하기 때문에 결합 과정에서 오류가 일어날 확률이 높고, 이렇게 핵산 결합 과정의 오류가 누적되면 이는 개체의 돌연변이로 이어지게 된다.

일반적인 생명체들이 DNA를 유전물질로 삼는 이유가 이 때문이다. 유전물질을 구성하는 DNA의 개수가 워낙 많기 때문에(인간의 경우 약 30억 개의 DNA 분자가 유전물질을 이룬다), 이들은 복제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오류를 줄여 종의 특성을 보존하고자, 비교적 안정적인 DNA를 유전물질로 갖는 형태로 진화해 왔다. 일반적으로 돌연변이는 생존에 불리한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바이러스 중에는 정확히 이 전략을 거꾸로 이용해 생존을 도모하는 종류도 있다. 숙주세포에 기생해야만 살 수 있는 바이러스의 경우에는 너무 안정적이면 오히려 생존에 방해가 될 수도 있다.

예를 들어, 적군이 늘 성문 쪽으로만 공격해 온다면 성을 지는 사람들은 모든 병력을 성문에만 집중 배치해서 이들이 성으로 들어오지 못하게 막을 수 있다. 하지만 적군이 어떨 때는 성문을 뚫고 들어오려 하지만, 다른 때는 성벽에 구멍을 뚫거나 성벽을 기어오르는 방법을 사용하기도 하고, 때로는 성벽 위로 날아서 직접 침투하는 방법 등 그때그때마다 다양한 전략을 사용한다면, 이를 완벽하게 막기는 매우 어려울 수밖에 없다. 어차피 바이러스는 자신에게 꼭 맞는 숙주세포 속으로 들어갈 수 없으면 생명 활동이 불가능하므로, 안정성보다는 숙주세포가 자신의 침입을 막지 못하게 하는 것이 생명 활동을 이어가는 데 더 중요하다. 그래서 바이러스 중 일부는 오히려 복제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실수가 잦을 수밖에 없는 RNA를 유전물질로 선택해서 일부러 돌연변이를 많이 만들어내어 급박하게 변하는 숙주의 대응 전략을 우회하는 방법을 선택하는 것이다.

사스와 메르스를 일으키는 코로나바이러스도 역시 돌연변이가 잦은 RNA 바이러스다. 이는 다시 말해, 코로나바이러스 역시 변이도가 높을 수 있다는 뜻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유전물질 복제시 오류가 많이 일어날 뿐 아니라, 오류를 다시 확인하지도 않아 한 번 일어난 돌연변이가 자꾸 누적되는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와는 달리 코로나바이러스는 복제 오류를 수정하는 시스템을 초보적이나마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이는 사람의 유전물질 복제과정에서 일어나는 오류 교정 시스템(Proof Reading)처럼 정교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오류를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 예를 들어 유전물질 복제 과정을 수없이 많은 수학 문제를 푸는 학생으로 바꿔 보자. 수십억 개의 수학 문제를 풀면서 자신의 답이 맞는지 틀리는지 전혀 다시 쳐다보지 않는 학생이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라면, 문제를 다 푼 뒤에 되돌아가 아까 헷갈렸던 몇몇 문제를 골라 다시 검산해 보는 학생이 코로나바이러스다. 물론 사람의 세포는 문제 전체를 정답지와 비교하면서 꼼꼼하게 틀린 답을 골라내 고치는 '성실한' 학생에 비유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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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석일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