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통합의 속도전, 경북 교육자치는 어디로 가나

- 대구·경북 통합 논의서 비켜선 교육행정… “교육자치 책임 구조부터 세워야”
- 교육 빠진 통합의 위험… 대전·충남은 ‘덫’ 경고, 경북은 준비됐나
- 선거 국면 속도전 속 교육은 공백… 통합 논의의 사각지대 된 교육자치

대구·경북 행정통합 논의가 속도를 내고 있지만 교육자치와 교육행정은 논의의 중심에 서지 못하고 있다. 행정 효율과 재정 논리가 앞서면서 교육의 자주성과 전문성, 정치적 중립성은 통합 구상에서 거의 다뤄지지 않고 있다.

도기욱 경상북도의회 의원(국민의힘·예천)은 26일 “행정통합이 경북의 미래를 좌우할 사안이라면 교육자치부터 논의돼야 한다”며 “교육이 빠진 통합은 결국 교육 기본권을 흔들 수 있다”고 밝혔다.

헌법은 교육의 자주성과 전문성, 정치적 중립성을 명시하고 있고 지방자치법과 지방교육자치법 역시 교육·학예 사무를 지방자치의 핵심 영역으로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 거론되는 대구·경북 행정통합 구상에서는 교육행정 체계와 교육자치의 방향을 찾아보기 어렵다.

통합 이후 교육행정의 책임 구조도 제시되지 않았다. 시·도를 단위로 선출되는 교육감의 선출 구조와 책임 주체가 광역 행정체계 개편 이후 어떻게 유지되는지에 대한 설명은 나오지 않고 있다. 도기욱 의원은 “교육감의 책임 구조를 정리하지 않은 통합은 교육을 독립된 영역이 아니라 행정 관리 대상으로 취급하게 만들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우려는 다른 지역에서 이미 현실이 되고 있다. 대전·충남 행정통합 논의 과정에서는 정부의 통합 지원 방안이 공개된 뒤 ‘덫’, ‘쇼’라는 표현까지 나오며 반발이 이어졌다. 한시적 재정 지원에 머물고 실질적 권한 이양이 빠진 통합 구상이 자치 분권을 형식화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환영으로 출발했던 논의가 경계로 돌아선 배경이다.

광역 행정체계 개편 논의에서는 행정과 재정이 먼저 설계되고 교육자치는 사후 조정 대상으로 밀리는 관행이 반복돼 왔으며, 세종시 출범 과정에서도 교육행정과 교육자치가 뒤늦게 정비되면서 현장 혼선이 이어졌다.

교육청 체계 재편이나 통합 논의가 진행되면 교육행정기관의 폐치분합은 지방의회 의견 청취와 주민 참여가 전제돼야 하며, 학부모·학생·교직원이 직접 당사자인 사안을 절차 없이 밀어붙이는 통합은 정당성을 얻기 어렵다.

경북에는 교육공무원 2만2천여 명이 근무하고 있고 학교는 1천5백여 곳, 학생 수는 26만 명에 이른다. 교육청 조직과 관할 체계가 조정될 경우 인사와 예산, 학교 운영 전반에 영향이 불가피하다. 선거 일정에 맞춘 속도전이 이어질수록 혼란은 교육 현장으로 먼저 내려간다.

도기욱 의원은 “이 방식이 계속된다면 행정통합은 교육자치를 축소한 첫 사례로 남을 수 있다”며 “통합의 출발점은 행정이 아니라 교육자치의 원칙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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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석일 기자 다른기사보기